소금설탕물에 2시간 담가 더욱 촉촉해진 돼지고기 수육 모습.
김장철이면 어김없이 식탁에 오르는 돼지고기 수육. 갓 담근 김치와 함께 내놓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하지만 같은 부위로 만들어도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집 수육은 유난히 퍽퍽하고 속은 싱겁기만 하다.
많은 이들이 삶는 물에 된장, 커피, 향신채소를 넣는 데만 집중한다. 그러나 수육 맛의 결정적인 차이는 고기를 냄비에 넣기 전, 의외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소금과 설탕을 녹인 물에 고기를 미리 재워두는 ‘브라인(Brine)’ 기법이 그 주인공이다.
수육의 간과 식감을 바꾸는 ‘브라인’의 원리
두꺼운 고기 덩어리는 짧은 시간에 속까지 간이 배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겉은 짜고 속은 싱거운 수육이 만들어지기 쉽다. 브라인은 소금물이 삼투압 현상으로 고기 깊숙이 침투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소금 성분은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고기가 조리 중에도 수분을 더 많이 머금게 돕는다. 설탕은 짠맛의 균형을 잡고 은은한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겉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달리, 고기 전체의 맛과 식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배경이다.
소금설탕물에 2시간 담근 수육이 더 촉촉하고 감칠맛 난다.
물 1리터 기준 황금 비율이 따로 있었다
브라인의 효과는 농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에 정확한 계량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황금 비율은 물 무게의 5%다. 물 1리터(1000g)를 기준으로 소금 50g, 설탕 50g을 넣는 식이다.먼저 용기에 물을 담고 소금과 설탕을 완전히 녹인다. 잘 녹지 않으면 물을 살짝 데울 수 있지만, 고기를 넣기 전 반드시 냉장 온도까지 식혀야 한다. 이후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고기를 넣고 브라인액을 부어 완전히 잠기게 한다.
다만 소금 5%는 비교적 높은 농도다. 평소 싱겁게 먹거나 나트륨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면 소금 양을 3% 수준으로 줄여 시작하는 편이 좋다.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더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금과 설탕 5% 농도 브라인에 2시간 담근 수육 모습.
재우는 시간과 보관법이 맛을 좌우한다
고기를 재우는 시간은 두께가 기준이 된다. 같은 1kg이라도 넓고 얇은 고기보다 두껍고 뭉툭한 덩어리가 더 오래 걸린다. 처음 시도한다면 냉장고에서 2~4시간을 기준으로 잡고, 결과에 따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주의할 점은 재우는 동안 반드시 5도 이하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고기를 실온에 방치하면 식중독균이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사용한 브라인액은 고기에서 나온 핏물과 불순물이 섞여 있으므로 절대 재사용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브라인을 마친 고기는 꺼내서 바로 삶으면 된다. 이미 고기에 간이 배었으므로 삶는 물에는 된장이나 소금을 평소보다 적게 넣어야 짜지 않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은근히 익히는 것이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핵심이다. 가장 두꺼운 부분을 찔러 중심 온도가 75도 이상이 되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소금설탕물에 2시간 재운 수육을 삶는 모습.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