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다음 날, 냉장고에 남은 김밥은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밥알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고, 속재료의 풍미도 사라진다. 많은 이들이 계란물을 입혀 구워 먹는 방법을 떠올리지만, 이마저도 기름지고 원래의 맛을 해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 냉장 보관 후 밥알이 굳고 식감이 떨어진 김밥. 차가운 온도에서 밥의 전분이 노화되면서 처음 만들었을 때의 부드러운 식감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남은 김밥을 갓 싼 것처럼 촉촉하게 되살리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수분과 온도 조절에 있다. 전자레인지에 무작정 돌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낸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처치 곤란이던 김밥을 구제할 세 가지 비법이 주목받는다.
계란물 입히기가 최선이 아니었던 이유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단연 계란물을 입혀 부치는 것이다. 차갑게 굳은 김밥에 계란 코팅을 더해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주기 때문이다. 기름을 두른 팬에 김밥을 올리고 중 약불에서 앞뒤로 2~3분간 노릇하게 구우면 간단한 한 끼가 완성된다.
▲ 달걀물을 입혀 노릇하게 구운 김밥. 차갑게 굳은 김밥을 간편하게 먹는 방법이지만, 달걀과 기름의 풍미가 더해져 원래 김밥의 맛과 식감은 달라진다.
문제는 이 방법이 김밥 본연의 맛을 가린다는 점이다. 또한 기름을 흡수해 느끼해지기 쉽고, 불 조절에 실패하면 겉만 타고 속은 여전히 차가운 경우가 많다. 남은 김밥을 처리하는 간단한 방법일 뿐, 최상의 맛을 내는 비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찜기 5분, 갓 싼 김밥 맛내는 진짜 비법
김밥을 처음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고 싶다면 찜기가 정답이다. 밥이 식으면서 딱딱해지는 이유는 전분의 노화 현상 때문인데, 수증기의 열과 수분이 이를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김밥이 마르지 않으면서 속까지 고르게 데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 김이 피어오르는 찜기에서 김밥을 데우는 모습. 수증기의 열과 수분을 이용하면 딱딱해진 밥알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래 찌면 김과 속재료가 눅눅해질 수 있다.
물이 끓는 찜기에 김밥을 겹치지 않게 올리고 뚜껑을 덮어 3~5분간 찌면 된다. 너무 오래 찌면 김이 눅눅해지고 속재료가 물러질 수 있어 시간 조절이 관건이다. 불을 끈 뒤 1분 정도 뜸을 들이면 밥알이 한층 더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두고 먹을 김밥, 냉장실 아닌 냉동실로 가야
만약 김밥을 며칠 뒤에 먹을 계획이라면 냉장 보관보다 냉동 보관이 현명하다. 밥의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최소화해 식감 변화를 줄일 수 있다. 한 번 먹을 분량씩 랩으로 꼼꼼하게 감싸 공기 접촉을 차단한 뒤 냉동실에 넣는다.
▲ 김밥을 랩으로 꼼꼼하게 감싸 냉동실에 보관하는 장면. 공기 접촉을 줄여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다시 데워 먹을 때의 식감 변화를 줄이는 방법이다.
먹기 직전, 냉동된 김밥을 랩에 싸인 채로 전자레인지에 1~2분가량 데우면 된다. 이때 1분 먼저 돌린 후, 10초씩 상태를 확인하며 추가로 데워야 밥이 질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냉장실에 며칠 묵혀 딱딱해진 김밥보다 훨씬 나은 맛을 경험하게 된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