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이름이 왜 ‘누에’일까?”…10년 넘게 만들어진 철원의 조용한 비경

가뭄에도 끄떡없는 철원 6개 마을의 젖줄, 단순한 유원지가 아니었다

조선 시대 김시습 발자취 서린 곳… 입장료·주차비 없이 즐기는 풍경

잠곡저수지 전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잠곡저수지 전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강원도 철원, 고요한 산자락 아래 독특한 이름의 호수가 자리한다. 산줄기가 누에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잠곡(蠶谷)’. 이곳에 들어선 잠곡저수지는 ‘누에호수’라는 별칭으로 더 친숙하다.

언뜻 보면 평범한 산골 저수지 같지만, 그 규모와 조성 배경에는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무려 10년이 넘는 공사 끝에 거대한 물길을 막아 세운 곳이다. 탁 트인 산세와 물빛이 어우러진 이곳은 이제 누구나 찾는 휴식 공간이 됐다.
잠곡저수지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잠곡저수지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10년 넘는 공사, 풍경 아닌 농사가 목적이었다

대성산과 광덕산 골짜기를 댐으로 막아 조성한 이 인공호수는 본래 관광지가 아니었다. 1992년 첫 삽을 떠 2003년에 완공된 이곳은 철원 평야를 적시는 핵심 농업 기반 시설이다.

총저수량은 437만 톤에 달한다. 이 물은 잠곡리를 포함해 와수리, 육단리 등 철원군 6개 마을의 농경지로 흘러든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젖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수혜 면적만 824ha에 이른다.
잠곡저수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잠곡저수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김시습의 흔적이 호수 주변에 남은 배경

저수지 주변 마을 이름에는 지형과 역사가 담겨 있다. 특히 ‘매월동’이라는 마을은 조선 시대 생육신 중 한 명인 매월당 김시습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해 관직을 버리고 전국을 떠돌던 김시습은 이곳에 머물며 누각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호를 따 ‘매월대’라 이름 붙인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마을의 내력을 짐작하게 한다.
잠곡저수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잠곡저수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현재 잠곡저수지는 별도의 입장료나 정해진 관람 시간 없이 상시 개방돼 있다. 자가용 방문객을 위한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접근이 편리하다.

복잡한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조용한 풍경 속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면 이곳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거대한 농업용수 시설이라는 본래 목적과 정겨운 옛이야기가 겹쳐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잠곡저수지 경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잠곡저수지 경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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