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짓던 소가 죽자 ‘사리’ 나왔다… 안개 속 제천 고찰에만 있는 특별한 사연

조선 후기 불상부터 1200년 된 나무 기둥까지, 시간의 흔적들

안개가 걷혀야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신비한 바위의 전설

제천 무암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제천 무암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충북 제천 금수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한 사찰에 독특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찰을 지을 때 공을 세운 소의 사리를 모신 탑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믿기 힘든 이 이야기는 안개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 사실처럼 녹아있다.

무암사는 화려한 대찰이 아니다. 대신 신라시대 창건설부터 조선시대 중수 기록, 근래에 발견된 유물까지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경내 곳곳에 쌓여있다. 사찰을 둘러싼 풍경과 유물에 얽힌 각기 다른 사연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절 짓던 소의 사리를 모신 탑이 남긴 것

제천 무암사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제천 무암사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사찰 중심부를 벗어난 숲길에는 4기의 부도가 흩어져 있다. 이 중 ‘우부도(牛浮屠)’라 불리는 탑에는 창건 당시 목재 운반을 돕다 죽은 소의 사리를 수습해 봉안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 이야기는 사찰 일대 지명이 ‘소부도골’로 불리게 된 배경이 됐다.

역사적 사실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짐승의 공덕을 기린 이야기는 사찰의 정체성 일부로 남았다. 인근에는 흙과 수풀에 묻혀있다가 1959년에야 발견된 조선시대 ‘수월당 부도’도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숨겨진 역사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안개가 걷혀야 보이는 바위, 이름의 뜻

무암사 경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무암사 경관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무암사(霧巖寺)라는 이름 자체가 안개와 바위를 뜻한다. 실제 사찰은 까치성산과 동산 능선이 감싼 깊은 계곡 안쪽에 자리해 안개가 자주 낀다. 절 서남쪽에는 늙은 승려의 형상을 한 ‘노장암’이라는 바위 봉우리가 있는데, 안개가 자욱할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이 신비로운 풍경은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무암사는 충북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로39길 285에 위치하며, 10월 현재 별도의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된다. 주차 공간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어 비교적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영조 16년의 기록이 말해주는 역사

무암사 전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무암사 전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전설 외에도 사찰의 역사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흔적들이 남아있다. 가장 분명한 기록은 영조 16년인 1740년 극락전을 중수한 사실이다. 현재 중심 법당인 극락전은 이 시기를 거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법당 안에는 2002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 아미타여래좌상’이 있다. 안정된 비례와 온화한 인상에서 조선 후기 불상 양식이 잘 드러난다. 법당 앞에는 수령 1200년이 넘는다는 싸리나무 기둥이 서 있고, 100년 이상 된 유기 불기가 지금도 의식에 사용되며 살아있는 시간을 증명한다.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고 싶을 때, 무암사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암절벽과 안개가 빚어내는 풍경 속에서 소의 사리탑 전설부터 조선시대 불상까지,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옛이야기를 마주하는 경험은 색다른 위안을 준다.

무암사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무암사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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