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 창고 터에 종탑이 섰다”…아산 건축 명소 세 곳의 시간

공세리성당의 곡창 터와 고딕 양식
여민루와 윤보선 대통령 생가의 건축 특징

공세리성당.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 공세리성당.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아산의 세 건축물은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을 한 지역 안에 남겼다. 곡식을 모아두던 언덕에는 고딕 양식 성당이 들어섰고, 조선 시대 관아에는 백성을 헤아린다는 이름의 누각이 세워졌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곳은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한옥이다. 공세리성당과 여민루, 윤보선 대통령 생가를 차례로 살피면 건물의 모양뿐 아니라 공간을 쓰던 사람들의 생활도 따라온다.

곡창 터에 자리한 공세리성당

인주면 언덕에 선 공세리성당은 원래 곡식 창고가 있던 공세곶창 터에 자리한다. 조선 시대 충청도 각지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보관하던 곳으로, 이 터에 성당이 들어선 과정부터 공간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예산 간양골 본당에서 출발한 공세리성당은 드비즈 신부가 설계와 공사를 맡아 1922년 현재의 고딕 양식으로 완공됐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사이로 붉은 벽돌 외벽과 종탑이 드러나며, 내부에는 아치형 천장과 목재 장의자, 성서 인물을 담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놓였다.

이곳은 지역 출신 순교자 32위를 기리는 성지이기도 하다. 옛 사제관을 고쳐 만든 성지박물관에는 본당 역사와 천주교 박해 관련 유물, 순교 장면을 표현한 테라코타 조각이 전시돼 있다. 숲길의 십자가의 길과 순교자 현양비까지 둘러보면 성당 주변의 역사적 맥락이 이어진다.

관아의 길목을 지킨 여민루

공세리성당에서 영인면으로 옮기면 영인초등학교 곁에 여민루가 있다. 조선 시대 아산현의 행정 중심지였던 이곳에서 현감 최안정은 낡은 객사를 보수한 뒤 백성들의 도움을 받아 객사 동쪽에 누각을 세웠다.

여민루라는 이름은 백성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전해진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이며 아래층에는 통행문, 위층에는 사방이 열린 누각을 둔 복층 구조다. 팔작지붕 아래 익공 양식의 공포와 단정한 난간이 이어지고, 측면에서는 붉은 판벽과 열린 누각의 대비가 보인다.
여민루.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 여민루.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마당과 담장이 만든 윤보선 생가

둔포면 신항리의 윤보선 대통령 생가는 조선 시대 한옥의 생활 구성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제4대 대통령 윤보선이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고택으로,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솟을대문을 지나면 넓은 흙마당을 여러 건물이 둘러싼다.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안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싸고, 바깥사랑채는 별도의 대문을 둬 손님을 맞는 공간과 안쪽 생활 공간을 나눴다. 화강암 주춧돌 위에 누마루를 높여 세운 바깥사랑채는 주변 건물과 높이 차이를 이룬다.

담장에는 자연석과 붉은 벽돌, 흙을 섞고 기와를 얹었다. 작은 협문 사이로 마당과 사랑채가 겹쳐 보이며, 모퉁이를 돌 때마다 처마와 지붕선이 달라진다.
윤보선 대통령 생가.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 윤보선 대통령 생가.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일정이 짧다면 세 곳의 위치와 관람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동선을 짜는 편이 좋다. 성당의 종탑에서 관아의 누각, 고택의 마당으로 이어지는 아산의 건축 기행은 각 공간의 쓰임을 비교하며 완성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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