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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는 정조의 어진을 모신 화령전이 자리한다. 성벽과 공원, 조용한 전각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수원화성의 역사와 계절 풍경을 한 번에 훑기보다 천천히 쌓아가는 산책에 가깝다.
장안공원과 화서문 성곽길
장안문 밖에서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장안공원에는 성벽을 따라 완만한 산책로와 넓은 잔디밭이 놓여 있다. 성곽 위에 오르지 않아도 돌을 맞물려 쌓은 성벽의 결을 가까이서 살필 수 있고,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길게 뻗은 성곽을 바라볼 수도 있다.가을이면 붉고 노란 단풍이 회색 성벽과 어울린다. 산책로 중간에 만나는 북서포루는 성벽 밖으로 돌출된 방어 시설로, 벽돌로 쌓은 아래 두 층에는 화포와 총을 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고 위층 누각은 주변을 살피는 데 쓰였다.
화서문에 가까워지면 성문과 서북공심돈이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덩굴이 지붕을 덮은 쉼터와 나무 밑동을 감싼 벤치도 있어, 걷는 속도를 늦추며 성곽의 형태를 살펴보기 좋다. 장안공원은 수원시 장안구 팔달로 238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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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공원 은빛 억새와 서북각루
화서문에서 팔달산 자락으로 향하면 화서공원이 이어진다. 평지에서 완만하던 성벽은 산세를 따라 높아지고, 잔디밭과 소나무 숲이 주변 풍경을 바꾼다.가을철에는 성벽 아래 비탈을 채운 억새가 이 길의 특징이다. 바람이 불면 이삭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햇살이 닿은 부분은 황금빛을 띤다. 억새 너머 경사지에는 주변을 살피기 위해 세운 서북각루가 서 있다.
서북각루 아래층은 군사들이 머물던 온돌방, 위층은 마루로 구성됐다. 성곽과 억새 군락을 함께 조망할 수 있어 산책 중 풍경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화서공원은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있으며, 장안공원과 두 곳의 문의처는 031-5191-440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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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어진을 모신 화령전
성곽 공원에서 화성행궁 방향으로 이동하면 화령전이 나온다. 정조가 승하한 이듬해인 1801년,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지내기 위해 세운 영전이다. 공원 바깥의 열린 산책길과 달리 담장 안은 차분한 분위기를 띤다.중심 전각 운한각에는 현재 옛 어진이 소실된 뒤 새로 제작한 표준영정이 봉안돼 있다. 운한각 옆 복도각은 이안청과 연결되며, 이안청은 전각을 수리하거나 변고가 있을 때 어진과 서책을 임시로 보관하던 곳이다. 운한각과 복도각, 이안청은 창건 당시 형태를 간직해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
가을에는 은행나무 잎이 목조 전각 주변을 물들인다. 화령전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화성행궁과 화령전 통합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주소는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23번길 15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