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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막아 만든 땅에는 나무가 자라고, 오래된 종가 뒤편에는 숲이 이어진다. 전남 해남의 정원은 같은 쉼터라는 말로 묶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
간척지의 호수와 산자락의 고택, 저수지를 바라보는 산책길이 차례로 펼쳐진다. 해남의 네 곳을 둘러보면 정원이 땅의 기억과 사람의 손길을 함께 담는 방식이 드러난다.
갯벌에서 자란 산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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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반도의 간척지에 조성된 산이정원은 바닷물이 스며들던 땅을 식물원으로 바꾼 민간정원이다. 염분을 막는 층을 만들고 흙을 덮은 뒤 후박나무와 완도호랑가시나무, 녹나무 등을 심어 정원을 일궜다.
입구를 지나면 빗물이 모여 만들어진 호수와 산이갤러리가 이어진다. 2050년까지 탄소 줄이기를 다짐하며 나무 2050그루를 심은 약속의 숲, 하얀 아치 너머 정원과 호수를 내려다보는 서약의 정원도 있다.
유영호 작가의 조각 ‘Bridge of Human’이 놓인 잔디 언덕과 소리의 정원, 생명의 나무 미로까지 테마 공간이 이어진다. 산이정원은 3~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일반 입장료는 주중 1만원·주말 1만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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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과 숲을 품은 윤선도 유적지
산이정원과 달리 이곳의 풍경은 오랜 종가와 덕음산 숲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해남 윤씨 종가 녹우당과 고산 윤선도 박물관 사이에는 시조 ‘오우가’의 물·돌·솔·대·달을 표현한 정원이 자리한다.500여 년 전 어초은 윤효정이 터를 잡은 녹우당의 사랑채는 효종이 윤선도에게 하사한 수원 집을 1668년 해상으로 옮겨 다시 지은 건물이다. 뒤편 비자나무 숲은 산의 바위가 드러나면 마을이 가난해진다는 뜻을 받들어 후손들이 심고 가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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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산 산세를 빌린 문가든
고택의 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면 문가든의 통창 너머로 오류제 저수지와 높이 650m의 흑석산 암봉이 펼쳐진다. 황폐해진 땅을 되사들여 가꾼 정원으로, 물가에는 황칠나무 숲길인 유당 숲이 이어진다.딸의 세례명을 붙인 리디아 광장과 아들을 위해 낙우송을 심은 남자의 숲도 있다. 해먹과 통나무 의자가 놓인 낙우송 숲에서 쉬거나 저수지 산책로를 걸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길은 휠체어나 유아차가 다니기 편하도록 턱을 없앴다.
바다와 바위 능선의 미황사
문가든이 저수지와 산을 한 화면에 담는다면 미황사는 달마산 바위 능선과 서쪽 바다를 마주한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으로 이어지는 108계단을 오르면 누각 자하루의 창틀 안으로 기암 봉우리와 대웅보전이 들어온다.보물인 대웅보전의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이 새겨져 있다. 뒤편 응진당에 오르면 사찰 지붕 너머로 서해가 보이고, 해가 질 무렵에는 앞마당과 바위 능선 사이로 붉은 낙조가 드리운다.
네 곳은 운영 조건도 다르다. 윤선도 유적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문가든도 월요일에 쉰다. 미황사는 문의를 통해 방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계절과 일정에 맞춘 동선 계획이 필요하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