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잎이 노랗게 물드는 이 은행나무는 천태산 산행길에 고찰과 문화유산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찰 마당의 거목에서 정상 암벽까지, 길은 서로 다른 풍경을 차례로 드러낸다.
천태산 영국사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사찰 입구에 선 은행나무는 높이 31m, 둘레 약 11m에 이른다. 약 1,000년을 살아온 것으로 전해지며, 1970년 4월 24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땅에 닿은 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별도의 줄기처럼 자라난 모습이 이 나무의 특징이다. 잎이 샛노랗게 물드는 가을에는 고찰의 지붕과 산자락을 배경으로 거목의 규모가 한층 또렷해진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 원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가 국청사라 이름 붙였고, 홍건적의 난을 피해 머물던 공민왕이 국태민안을 기원한 뒤 난이 평정되자 영국사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은행나무 곁에 남은 석조 문화유산
가을 산행의 초입에는 나무뿐 아니라 사찰의 보물도 이어진다. 영국사에는 삼층석탑과 영국사부도, 원각국사비, 망탑봉 삼층석탑 등 국가 지정 보물 네 점이 있다.삼층석탑은 경내 마당에 자리하고, 원각국사비는 사찰의 내력을 전한다. 망탑봉 삼층석탑은 사찰 뒤편 암봉에 있어 천태산의 산세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양산팔경 제1경으로 꼽히는 영국사는 산행과 문화유산 답사를 한 일정에 담기 좋은 곳이다. 천태산은 해발 714.3m로 충북 영동군과 충남 금산군의 경계에 솟아 있으며, 산림청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천태산 등산코스와 암벽 구간
사찰에서 정상까지는 등산로를 따라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길목에는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75m 암벽 구간이 있어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과 장갑을 갖추는 편이 안전하다.천태동천 계곡에서는 진주폭포와 삼단폭포를 만난다. 삼단폭포는 옛 이름이 용추폭포로 전해지며, 정상에서는 서쪽의 서대산과 남쪽의 성주산·덕유산 능선을 볼 수 있다.
영국사와 은행나무를 거치는 B코스는 천태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3.9km, 약 2시간 20분으로 안내된다. C코스는 사찰과 은행나무, 남고개, 헬기장을 지나는 4.9km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역시 약 2시간 20분이다.
두 코스는 안내된 거리 차이가 1km지만 소요 시간은 같아, 체력과 당일 여건에 따라 오르내리는 길을 달리 정할 수 있다. 2026년 10월 기준 천태산은 연중 개방되며 주차장과 공용 화장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파른 암벽과 계곡길을 포함하는 만큼 산행 전 코스와 날씨를 확인하고, 접지력 있는 신발과 장갑을 챙기는 것이 좋다. 은행나무와 보물을 먼저 둘러본 뒤 산에 오르면 천태산의 자연과 영국사의 시간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