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고, 마을길에는 옛 담장과 고목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단풍 구경에 역사 유적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세간리의 나무들은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현고수와 곽재우 의병의 북소리
세간리 1000번지에 뿌리내린 느티나무는 현고수로 불린다. 북을 매달았다는 뜻의 이름으로,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며 수령은 약 550년, 높이는 약 15m, 둘레는 약 7m로 소개된다.의령군 설명에 따르면 곽재우는 1592년 4월 세간리에서 장령 17명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이 나무에 북을 걸어 사람들을 모으고 훈련했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는 임진왜란 당시의 이야기를 오늘날까지 연결하는 장소다.
600년 은행나무와 세간리 가을길
곽재우 생가 앞마당 가까이에 선 은행나무는 수령 약 600년으로 추정된다. 문화적·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열매가 맺히는 암나무이며, 가지는 동서 약 26m, 남북 약 26.2m까지 뻗는다.나무의 크기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높이는 21.0~24.5m, 가슴높이 둘레는 10.1~10.3m로 기록돼 있다.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둘레가 10m를 넘는 규모와 넓게 펼쳐진 가지가 세간리 은행나무의 특징이다.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와 방문 정보
은행나무 남쪽 가지에는 짧은 돌기 두 개가 돋아 있으며, 모양이 여인의 젖꼭지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이를 낳은 뒤 젖이 나오지 않는 산모가 나무에 빌면 효험을 본다는 민간 전승도 남아 있다. 주민들은 은행나무와 현고수를 마을을 지키는 신목으로 여겨왔다.두 나무와 곽재우 생가는 마을 골목을 걸으며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은행나무 관람료는 없고 생가 부근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짧은 산책과 유적 관람을 묶으려는 방문객에게 세간리는 한곳에서 자연유산과 의병의 흔적을 살펴보는 코스가 된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10월에는 생가 앞 풍경이 계절의 변화를 드러낸다. 현고수에서 생가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마을을 지켜온 두 나무의 세월과 세간리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