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은 평지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품은 오대산국립공원은 고도에 따라 단풍이 물드는 속도가 달라, 같은 날이라도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매년 이맘때면 전국에서 탐방객이 몰려들지만, 올해는 특정 기간에 한정된 인원만 입장을 허락하는 ‘비밀 코스’가 열려 눈길을 끈다. 단풍 절정 시기와 예약 정보를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그림 같은 풍경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단풍 절정, 20%와 80%의 비밀
산 전체가 동시에 붉게 물드는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에서는 산 전체 면적의 약 20%가 물들었을 때를 단풍의 ‘시작’으로, 80%에 도달했을 때를 ‘절정’으로 판단한다.오대산 단풍은 정상부에서 시작해 점차 골짜기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산행 계획을 세울 때 현재 단풍이 어느 고도까지 내려왔는지 파악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단풍 구경의 핵심이다.
하루 710명에게만 허락된 탐방로
단풍철 오대산의 진짜 매력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예약제 탐방로에 있다. 진고개에서 동대산을 거쳐 동피골로 이어지는 4.4km 구간이 바로 그곳이다.이 코스는 9월 20일부터 11월 14일까지만 문을 연다. 하루 최대 710명까지만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해 조용하고 깊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어야만 비로소 숨겨진 비경을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
체력 따라 고르는 4가지 선택지
모두가 어려운 코스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대산은 탐방객의 체력과 목적에 맞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가장 대표적인 코스는 상원사에서 최고봉인 비로봉에 오르는 3.4km 구간으로, 편도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반면 기암괴석과 단풍의 조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소금강산 종주 코스가 제격이다. 총 13.3km, 약 7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가족 단위 탐방객이나 등산 초보자라면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km의 선재길이 현명한 선택이다. 완만한 계곡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로,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길과 함께 가을 산책 명소로 꼽힌다.
입산은 하절기(4~10월) 기준 오전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능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다만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된다. 소형차 기준 최초 1시간 1,100원이며, 이후 10분당 평일 250원, 주말 및 성수기에는 3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