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은 한식의 풍미를 완성하는 식재료지만, 보관을 잘못하면 금세 묵은 기름 냄새가 올라온다.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주방 조리대 한편에 두고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들기름의 고소한 향을 빠르게 잃는 지름길이다.
▲ 햇빛과 조리 열기에 노출되기 쉬운 주방 조리대 위에 들기름 병이 놓여 있다. 들기름은 빛과 열, 공기에 민감해 상온에 오래 두면 고소한 향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들기름의 신선도를 지키는 핵심은 단순히 ‘냉장’에만 있지 않다. 냉장고 안에 두더라도 빛과 공기, 온도 변화라는 세 가지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의 수명이 달라진다. 베테랑 주부들도 종종 간과하는 지점이다.
냉장고가 정답이지만 위치가 더 중요하다
들기름 속 불포화지방산은 빛과 열, 공기에 닿으면 쉽게 산패한다. 가스레인지 근처나 햇빛이 드는 창가는 최악의 장소다. 이런 이유로 상온보다는 냉장 보관이 기본 원칙으로 꼽힌다.
▲ 냉장고 깊숙한 선반에 들기름 병을 보관한 모습이다. 문 쪽보다 온도 변화가 적은 냉장실 안쪽이 들기름의 신선한 맛과 향을 오래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서도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문 쪽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 변화가 잦아 신선도 유지에 불리하다. 자주 쓸 만큼 작은 병에 덜어둔 것이 아니라면, 오래 보관할 본병은 온도 변화가 적은 냉장실 안쪽에 두는 편이 안정적이다.
신문지 한 장과 작은 병이 만드는 차이
빛 역시 산패를 촉진하는 주범이다.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들기름은 냉장고 조명에도 계속 노출된다. 이때 신문지나 은박지로 병 전체를 감싸주면 간단하게 빛을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병 표면의 기름때를 흡수하고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것은 덤이다.
▲ 투명한 들기름 병 전체를 신문지로 감싸 냉장고에 보관한 모습이다. 냉장 보관과 함께 빛을 차단하면 산패를 늦추고 들기름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더 오래 지킬 수 있다.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큰 병을 계속 열고 닫으면 그만큼 산화가 빨라진다. 2주에서 한 달 정도 사용할 양만 작은 병에 옮겨 담고, 남은 기름은 뚜껑을 꽉 닫아 냉장고 깊숙이 보관하는 것이 현명하다. 비싼 국산 들기름을 구매했다면, 마지막까지 그 맛을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 큰 들기름 병 옆에 소량을 덜어둔 작은 병이 놓여 있다. 2주에서 한 달 정도 사용할 양만 소분하면 큰 병을 반복해서 여닫는 횟수를 줄여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들기름과 참기름을 8:2 비율로 섞어 보관하기도 한다. 참기름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이 들기름의 산패를 늦춰주기 때문이다. 다만 들기름 고유의 향을 선호한다면 섞지 않고 따로 보관하는 것이 낫다. 결국 냉장, 차광, 소분이라는 세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