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에 자리한 한 사찰이 독특한 구조물로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쇠못을 단 하나도 쓰지 않고 54m 높이의 3층 목탑을 세웠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지어 누구나 입장료 없이 경내를 둘러보고 탑 내부까지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다.
단순히 거대한 목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글자가 하나도 새겨지지 않은 채 보물로 지정된 의문의 석비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현대 기술과 전통이 공존하는 이 사찰의 모습은 여러 궁금증을 자아낸다.
54m 높이를 쇠못 없이 버티는 비밀
보탑사의 중심에 선 3층 목탑은 그 존재만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신라 황룡사 9층 목탑을 모델로 삼았으며, 1992년 착공해 4년 3개월 만인 1996년 8월 완공됐다. 전체 높이 54m, 상륜부를 제외한 본체 높이만 42.73m에 이르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29개의 기둥이 서로 맞물려 힘을 지탱하는 전통 결구 방식으로 지어졌다.
탑 내부는 관람객에게 개방된다. 1층 사방불, 2층 법보전, 3층 미륵전을 잇는 계단을 직접 오르며 정교하게 얽힌 나무 기둥의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층마다 다른 불교적 가치를 담고 있어,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하나의 입체적인 경전과 같다.
글자 하나 없는 비석이 보물인 까닭
목탑 옆에는 또 다른 명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1964년 보물로 지정된 ‘진천 연곡리 석비’다. 하지만 이 석비는 일반적인 비석과 다르다. 높이 3.6m에 달하는 비신 앞뒷면에 마땅히 있어야 할 글자가 전혀 없다.비석의 형태 또한 예사롭지 않다. 비석을 받치는 귀부는 흔한 거북 머리가 아닌 말머리 형상을 하고 있으며, 상단 이수에는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왜 글자가 없는지, 왜 말머리 형상인지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보탑사는 이처럼 쇠못 없는 목탑과 글자 없는 석비라는 두 가지 큰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고즈넉한 산세와 어우러진 전각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익숙한 사찰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얻게 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