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안 받는데… ‘쇠못 0개’ 54m 목탑 올라가보니

못 하나 쓰지 않은 54m 목탑, 층마다 다른 풍경 펼쳐져

말머리 거북 받침돌에 글자 없는 비석까지… 곳곳이 의문투성이

보탑사 가는 길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보탑사 가는 길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충북 진천에 자리한 한 사찰이 독특한 구조물로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쇠못을 단 하나도 쓰지 않고 54m 높이의 3층 목탑을 세웠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지어 누구나 입장료 없이 경내를 둘러보고 탑 내부까지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다.

단순히 거대한 목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는 글자가 하나도 새겨지지 않은 채 보물로 지정된 의문의 석비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현대 기술과 전통이 공존하는 이 사찰의 모습은 여러 궁금증을 자아낸다.

54m 높이를 쇠못 없이 버티는 비밀

진천 연곡리 석비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진천 연곡리 석비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보탑사의 중심에 선 3층 목탑은 그 존재만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신라 황룡사 9층 목탑을 모델로 삼았으며, 1992년 착공해 4년 3개월 만인 1996년 8월 완공됐다. 전체 높이 54m, 상륜부를 제외한 본체 높이만 42.73m에 이르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29개의 기둥이 서로 맞물려 힘을 지탱하는 전통 결구 방식으로 지어졌다.

탑 내부는 관람객에게 개방된다. 1층 사방불, 2층 법보전, 3층 미륵전을 잇는 계단을 직접 오르며 정교하게 얽힌 나무 기둥의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층마다 다른 불교적 가치를 담고 있어,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하나의 입체적인 경전과 같다.

글자 하나 없는 비석이 보물인 까닭

목탑 옆에는 또 다른 명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1964년 보물로 지정된 ‘진천 연곡리 석비’다. 하지만 이 석비는 일반적인 비석과 다르다. 높이 3.6m에 달하는 비신 앞뒷면에 마땅히 있어야 할 글자가 전혀 없다.

비석의 형태 또한 예사롭지 않다. 비석을 받치는 귀부는 흔한 거북 머리가 아닌 말머리 형상을 하고 있으며, 상단 이수에는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왜 글자가 없는지, 왜 말머리 형상인지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보탑사 3층 목탑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 보탑사 3층 목탑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보탑사는 이처럼 쇠못 없는 목탑과 글자 없는 석비라는 두 가지 큰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고즈넉한 산세와 어우러진 전각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익숙한 사찰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얻게 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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