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추의 깊은 풍미를 원한다면 확인해야 할 곳은 제품의 화려한 앞면이 아니다. 모든 정보는 소비자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뒷면의 작은 글씨에 담겨있다. 핵심은 원재료명 표기 순서와 고춧가루 함량이다.
이 작은 차이가 찌개나 볶음 요리 전체의 맛을 좌우하기도 한다. 무심코 집어 든 고추장이 사실은 고춧가루보다 다른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 ‘양념 페이스트’에 가까울 수 있는 상황이다.
고춧가루보다 물엿이 먼저 적힌 이유
식품의 원재료명은 법적으로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표기된다. 만약 고추장의 원재료명 맨 앞에 물엿이나 소맥분(밀가루)이 적혀 있다면, 이는 고춧가루보다 해당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런 제품은 고추 본연의 칼칼하고 구수한 맛 대신 단맛과 텁텁함이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판되는 일부 제품은 고춧가루 함량이 6~8% 수준에 그치는 반면, 물엿과 같은 당류가 전체 성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는 원가 절감과 대중적인 단맛을 내기 위한 선택이지만, 전통 고추장의 풍미를 기대한 소비자에겐 아쉬운 지점이다.
좋은 고추장을 단번에 알아보는 기준
그렇다면 수많은 제품 속에서 제대로 된 고추장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원재료명 목록에서 ‘고춧가루’가 최대한 앞 순서에 위치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고춧가루 함량이 최소 11% 이상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제품이 일반적으로 더 깊은 맛과 향을 낸다고 평가받는다. 첨가물 목록에 액상과당이나 각종 감미료가 다수 포함된 제품보다는 쌀, 찹쌀, 엿기름 등 전통적인 재료로 단맛을 낸 제품을 고르는 편이 요리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다.
고추장 하나를 고르는 작은 습관의 변화가 우리 집 밥상 전체의 맛을 바꿀 수 있다. 다음 장보기부터는 무심코 손에 들었던 고추장 통을 한번 뒤집어 원재료명을 확인해 보는 것이 현명한 소비의 시작이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