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전각 두 채가 왕조 기록을 품었다”…1606년 세운 오대산사고

오대산사고와 조선왕조실록 보관의 역사

월정사 성보박물관·스페이스 창공 문화 여행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br>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평창 오대산 숲길에는 조선의 기록을 보관했던 전각이 자리한다. 산자락 깊숙이 들어서야 만나는 서고와 월정사의 불교문화유산, 역 인근의 쉼터가 한 여정으로 이어진다.

숲에서 만나는 역사는 전각의 크기보다 그 안에 담긴 기록과 이를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체화된다. 오대산사고를 지나 박물관과 문화공간으로 이동하면 평창 여행의 풍경도 달라진다.

오대산 숲속의 실록 보관소

돌담 너머로 보이는 평창 오대산사고.<br>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 돌담 너머로 보이는 평창 오대산사고.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돌계단을 오르면 돌담 안쪽에 사각과 선원보각 두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각과 왕실 족보인 선원록을 둔 선원보각이다.

오대산사고는 선조 39년인 1606년에 세워졌다. 임진왜란으로 전주사고를 제외한 사고와 실록이 불탄 뒤, 남은 실록을 다시 간행해 여러 산속에 나눠 보관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곳이다. 외적의 침입과 화재 위험을 피하려 깊은 산자락을 택했다.

건물은 경사진 터의 높낮이를 살려 배치했다. 붉은 기둥이 받치는 아래층과 2층 서고, 층을 잇는 가파른 나무계단에서 서책 보관을 고려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관원과 군인, 승려들이 관리에 힘을 보탰고, 월정사의 암자 영감사는 사고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하늘과 구름이 거울처럼 비치는 평창관광센터 스페이스 창공.<br>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 하늘과 구름이 거울처럼 비치는 평창관광센터 스페이스 창공.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일제강점기에는 서책과 의궤가 반출됐고 한국전쟁 중 전각도 소실됐다. 사각과 선원보각은 문헌과 고증을 토대로 1992년 복원됐다. 국내로 돌아온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현재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보존·전시하고 있다.

월정사 불교문화와 국보

숲의 서고에서 내려오면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오대산 불교문화유산을 만난다. 월정사와 오대산 일대 사찰의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불화와 불교공예품, 문수신앙 관련 자료를 다룬다.

대표 유물은 국보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이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석조상으로, 본래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앞에서 공양을 올리는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훼손을 막기 위해 실내 전시실로 옮겼으며, 전용 공간에서는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샌드아트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성보체험실에서는 검은 바탕을 긁어 석탑과 범종의 윤곽을 드러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 운영시간은 동절기인 11월부터 4월까지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30분, 하절기에는 오후 5시 30분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진부역 인근의 휴식 공간

역사와 유물을 둘러본 뒤에는 진부(오대산)역 인근 평창관광센터 스페이스 창공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전시와 여행 안내, 독서 공간을 함께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실내에는 평창 풍경을 담은 회화 작품과 여행 안내 자료가 마련돼 있다. 작은 도서관에는 원목 책장과 의자, 벤치가 놓였고, 통유리 창가에는 빈백 소파와 테이블이 배치됐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휴게시간이다.

오대산사고와 월정사 성보박물관은 진부면 오대산로에, 스페이스 창공은 진부면 송정길에 자리한다. 숲속 서고에서 시작한 여정은 불교미술을 거쳐 역 가까운 실내 쉼터에서 마무리된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