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본래 왕버들과 느티나무 등 100여 그루의 고목이 자아내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매년 8월이 되면, 숲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수많은 여행객이 늦여름 경주를 찾는 이유가 바로 이 풍경에 있다.
고목 아래 펼쳐진 7천 평 보라색 융단
정체는 바로 맥문동이다. 8월 중순부터 만개하기 시작하는 맥문동 군락은 숲 바닥을 빈틈없이 채우며 거대한 보랏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장관을 만들어낸다.날씨에 따라 9월 초까지도 그 모습을 유지한다. 수백 년 된 고목의 짙은 녹음과 선명한 보라색의 대비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무엇보다 이 절경을 누리는 데 드는 비용은 없다.
단순한 꽃밭이 아닌 신성한 공간인 배경
경주 계림 숲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신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깃든 장소이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탈해왕 시절 밤에 숲에서 닭 우는소리와 함께 빛이 뿜어져 나와 확인하니, 금궤 안에서 사내아이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이 아이가 바로 김알지다. 숲의 이름이 ‘닭의 숲’이라는 의미의 계림(鷄林)이 된 것도 이 설화에서 유래했다. 방문객들은 단순한 꽃구경을 넘어 신라의 신비로운 역사 속을 거닐게 되는 셈이다.
주차 걱정 덜고 즐기는 연계 코스
만약 차를 가지고 경주 계림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인근 쪽샘지구 임시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최초 20분은 무료이며, 기본 30분 500원에 10분당 200원이 추가되는 합리적인 요금으로 운영된다.주차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첨성대가 있다. 계림의 맥문동과 함께 첨성대의 야경까지 둘러보는 코스는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저녁 산책길이다. 첨성대 역시 별도의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어 부담 없는 여름밤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