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장흥에 바로 그런 곳이 있다. 12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사찰과 수백 년 된 나무 500여 그루가 어우러진 숲길을 모두 무료로 누릴 수 있다.
단순히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깊이가 이곳에 있다.
국보와 보물이 있는데도 돈을 받지 않는다
이곳의 정체는 가지산 자락에 자리한 보림사다. 보림사는 방문객에게 입장료와 주차비를 일절 받지 않는다. 연중무휴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언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무료 개방 정책은 사찰이 품고 있는 가치를 생각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경내에는 국보 2점과 보물 8점 등 수많은 성보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천년의 역사가 숨 쉰다
보림사의 역사는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759년 원표대덕이 창건한 이후, 860년 보조선사 체징이 선종의 한 갈래인 ‘가지산문’을 열면서 선종의 중심 사찰로 크게 번성했다.국보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85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통일신라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국보인 삼층석탑 및 석등 역시 천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사찰의 상징이다.
500그루 비자나무가 만든 천년의 숲
보림사의 매력은 경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찰을 감싸고 있는 비자나무 숲은 또 다른 자랑거리다.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을 포함해 약 500그루의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이 숲을 따라 조성된 1.17km의 산책로 ‘티로드(Tee Road)’는 2009년 ‘천년의숲’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유명 관광지보다 훨씬 한적하고 여유로워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주말마다 북적이는 인파에 지쳤다면, 역사와 자연이 주는 깊은 위안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선택지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