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인 줄 알고 먹었다가…당뇨 환자 췌장 망가뜨리는 ‘의외의 주범’

설탕보다 더 위험한 ‘정제 탄수화물’의 배신

아침 공복 혈당 치솟는 진짜 이유 따로 있었다

대한민국 성인 4명 중 1명이 당뇨병이거나 전 단계에 해당한다. 많은 이들이 혈당 관리를 위해 단 음식과 밥 양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만, 아침 공복 혈당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매일 무심코 먹어온 특정 음식이 범인일 수 있다. 설탕처럼 달지 않지만, 오히려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마비시키고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주범이 식탁 위에 숨어있다.

그 정체는 바로 정제된 흰 가루로 만든 음식, 즉 밀가루 면, 떡, 흰 빵 등이다. 바쁜 아침 건강식으로 여기던 선식이나 아플 때 먹는 흰죽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식인 줄 알았던 흰 가루의 배신

겉보기엔 건강해 보이는 이 음식들이 당뇨에 치명적인 이유는 극단적으로 빠른 체내 흡수 속도 때문이다. 통곡물은 단단한 껍질과 식이섬유 덕분에 소화가 느리고 포도당을 서서히 방출한다. 하지만 껍질과 씨눈을 모두 깎아내고 미세하게 빻은 정제 가루는 소화 과정이 거의 필요 없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혈당 수치가 폭탄처럼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한다. 갑자기 늘어난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며 혹사당한다.
흰 빵과 떡, 밀가루 면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이 식탁에 놓인 모습.
▲ 흰 빵과 떡, 밀가루 면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이 식탁에 놓인 모습.


췌장 혹사시켜 인슐린 저항성 키운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매일 반복될 때 발생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혈당 스파이크와 인슐린 과분비가 이어지면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는 결국 지쳐서 죽어버린다. 더 심각한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과도한 자극에 지친 세포들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결국 포도당은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을 떠다닌다. 끈적해진 피는 전신 미세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혈액 속 단백질과 결합해 ‘최종당화산물’이라는 당독소를 대량 생성한다. 이 독소는 신장, 망막, 신경계를 직접 공격해 치명적인 당뇨 합병증을 앞당긴다.
통곡물에 두부와 살코기, 채소를 곁들인 균형 잡힌 식사.
▲ 통곡물에 두부와 살코기, 채소를 곁들인 균형 잡힌 식사.


오늘 당장 바꿔야 할 식사 순서

당뇨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식단 교정이 시급하다. 정제 밀가루로 만든 면, 떡, 빵과 가공된 죽, 선식 섭취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대신 현미, 귀리, 렌틸콩 같은 통곡물과 채소 원물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 순서를 바꾸는 ‘거꾸로 식사법’도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식사 시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먼저 먹고, 다음으로 두부나 살코기 같은 단백질, 마지막으로 통곡물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순서다.
채소와 단백질, 통곡물 탄수화물을 함께 구성한 식사.
▲ 채소와 단백질, 통곡물 탄수화물을 함께 구성한 식사.


채소의 식이섬유가 위장에 보호막을 형성해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춰준다. 덕분에 췌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고 혈당이 완만하게 유지된다. 식후 10분 가벼운 산책까지 더하면, 허벅지 근육이 혈당을 빠르게 소모해 수치를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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