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로밍’ 무조건 끄면 된다?…여기서부터 헷갈린다
해외여행 전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데이터 로밍부터 꺼라”다. 예상치 못한 요금을 막기 위한 조언이지만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해외 로밍 상품을 신청했다면 현지에서 데이터 로밍을 켜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로밍 상품을 이용하지 않거나 여행용 eSIM만 사용할 예정이라면 국내 회선에서 데이터가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핵심은 간단하다. ‘로밍을 켤까, 끌까’보다 ‘해외에서 어느 회선으로 인터넷을 쓸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특히 기존 국내 번호와 여행용 eSIM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데이터가 어느 회선으로 잡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행용 eSIM을 샀다고 안심했는데 실제 데이터는 국내 회선을 통해 사용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 eSIM은 한국에서 준비…공항 도착해서 하려다 진땀
여행용 eSIM은 작은 유심칩을 빼고 끼울 필요가 없어 편하다. 하지만 결제했다고 바로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원 기종인지, 정상적으로 설치됐는지, 현지에서 사용할 데이터 회선이 제대로 선택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해외의 다른 통신사 eSIM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스마트폰에 통신사 잠금이 걸려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여행지 공항에 도착한 뒤 처음부터 eSIM을 설치하는 것이다. QR코드를 불러와야 하는데 인터넷이 안 되거나 공항 무료 Wi-Fi 연결이 불안정하면 시작부터 막힐 수 있다.
가능하면 한국에서 설치 방법과 QR코드를 준비하고 현지에서 어떤 설정을 바꿔야 하는지까지 확인해두는 것이 편하다. 다만 eSIM은 상품마다 이용 기간이 시작되는 기준이 다르다. 설치하는 순간부터 날짜가 계산되는 상품도 있고 현지 통신망에 처음 연결된 시점부터 시작되는 상품도 있으므로 구입처의 안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통신이 끊겼을 때 가장 먼저 아쉬워지는 것은 SNS가 아니라 지도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거나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순간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난감해진다. 출국 전에 여행할 지역의 지도를 오프라인으로 내려받아 두면 이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숙소 주소도 마찬가지다. 호텔 이름만 기억하기보다 현지어로 적힌 주소를 화면 캡처해두면 인터넷이 되지 않아도 택시기사에게 바로 보여줄 수 있다. 항공권과 호텔 예약 확인서, 기차표 등도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저장해두면 좋다.
데이터 용량이 적은 eSIM을 샀다면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데이터’도 신경 써야 한다. 여행지에서는 사진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찍는데 클라우드 사진 백업이 켜져 있으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계속 업로드될 수 있다. 앱 자동 업데이트 역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가 넉넉하지 않다면 여행 중에는 자동 업데이트나 대용량 동기화를 줄이고, 사진·영상 백업은 호텔 Wi-Fi에 연결됐을 때 하는 방법이 실용적이다.
준비를 마쳤는데도 공항에 도착하자 ‘서비스 없음’이나 ‘SOS’가 뜰 수 있다. 이때 당황해서 설치한 eSIM부터 삭제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다시 설치하려면 QR코드나 인터넷 연결 등이 필요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비행기 모드를 잠시 켰다가 다시 끄고 네트워크 연결을 기다려본다. 이후 사용할 회선이 활성화돼 있는지, 셀룰러 데이터가 여행용 eSIM이나 로밍을 신청한 회선으로 지정돼 있는지, 필요한 경우 데이터 로밍이 켜져 있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면 된다.
그래도 연결되지 않는다면 이용 중인 이동통신사나 eSIM 업체의 안내를 확인하는 순서가 낫다.
해외여행에서 스마트폰은 이제 카메라만이 아니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지도이고, 현지어를 모를 때 쓰는 통역기이며, 항공권과 예약 확인서를 꺼내는 지갑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지에서 인터넷이 한 번 막히면 예상보다 많은 일이 동시에 불편해진다.
출국 전 복잡한 설정을 전부 외울 필요는 없다. 데이터를 사용할 회선을 정하고, eSIM을 준비하고, 지도와 예약정보를 저장해두는 것. 캐리어를 닫기 전 10분만 스마트폰에 투자하면 해외 공항에서 화면만 바라보며 진땀 빼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