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판, 그냥 버리면 ‘100% 손해’…살림 고수들의 방음·정리 비법

부피만 차지하던 애물단지, 사실은 공구함부터 텃밭까지 쓰이는 만능 살림템이었다.

규칙적인 홈과 종이 재질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90%는 모르고 지나쳤다.

계란을 다 먹고 남은 종이 계란판은 흔히 부피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취급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곧장 재활용 수거함으로 향하는 이유다.

하지만 살림 고수들 사이에서는 이 계란판이 ‘숨은 보석’으로 통한다. 자잘한 물건 정리부터 의외의 소음 감소 효과까지,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식탁 위에 빈 종이 계란판과 단추, 나사, 씨앗 등이 함께 놓여 있다. 버려지기 쉬운 계란판이 집안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이미지다.
▲ 식탁 위에 빈 종이 계란판과 단추, 나사, 씨앗 등이 함께 놓여 있다. 버려지기 쉬운 계란판이 집안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이미지다.


계란판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오목한 홈의 규칙적인 구조와 소리를 흡수하는 펄프 재질의 특성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 발휘하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다.

공구함 속 나사가 섞이지 않는 이유

서랍 속에서 뒤섞이기 일쑤인 나사나 단추, 작은 액세서리를 정리할 때 계란판은 훌륭한 정리 트레이가 된다. 별도의 수납함을 구매할 필요 없이 칸칸이 분리된 공간을 제공한다.
계란판의 각 홈에 나사와 단추, 구슬 같은 작은 물건이 종류별로 나뉘어 담겨 있다. 별도의 수납함 없이 자잘한 물건을 손쉽게 정리하는 활용법을 보여준다.
▲ 계란판의 각 홈에 나사와 단추, 구슬 같은 작은 물건이 종류별로 나뉘어 담겨 있다. 별도의 수납함 없이 자잘한 물건을 손쉽게 정리하는 활용법을 보여준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유용하다.
작은 구슬이나 미술 재료를 색깔별, 종류별로 담아두면 아이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원하는 크기만큼 가위로 잘라 쓸 수 있어 공간 활용도도 높다.

스피커 아래 깔았을 뿐인데 소음이 줄었다

계란판의 진가는 의외의 장소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진 펄프 재질은 소리를 흡수하고 진동을 분산시키는 특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스피커나 소음이 발생하는 소형 가전제품 아래에 계란판을 깔아두면,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는 미세한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장에 30구짜리 계란판을 활용하면 웬만한 소형 기기는 충분히 덮는다.
소형 스피커 아래에 종이 계란판을 받쳐 놓은 모습. 계란판의 울퉁불퉁한 구조와 펄프 재질을 이용해 미세한 진동을 줄이는 생활 속 활용법을 표현했다.
▲ 소형 스피커 아래에 종이 계란판을 받쳐 놓은 모습. 계란판의 울퉁불퉁한 구조와 펄프 재질을 이용해 미세한 진동을 줄이는 생활 속 활용법을 표현했다.


이는 전문 방음재에 사용되는 흡음재와 유사한 원리다.
물론 완벽한 방음을 기대할 순 없지만,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거슬리는 소리를 완화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버려질 쓰레기가 친환경 모종판으로 변신했다

계란판의 활약은 텃밭이나 베란다 정원에서도 이어진다.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는 모종판으로 안성맞춤이다.
흙을 채운 계란판 각 칸에서 어린 새싹이 자라고 있다. 버려질 계란판을 씨앗 발아와 모종 재배에 재활용하는 친환경적인 활용법을 담았다.
▲ 흙을 채운 계란판 각 칸에서 어린 새싹이 자라고 있다. 버려질 계란판을 씨앗 발아와 모종 재배에 재활용하는 친환경적인 활용법을 담았다.


종이 재질이라 싹이 튼 모종을 계란판 칸 그대로 떼어내 흙에 옮겨 심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린 뿌리가 다칠 염려가 없고, 계란판은 흙 속에서 자연 분해되어 거름 역할까지 일부 수행한다. 화분 받침으로 사용해 과습을 방지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무심코 버렸던 계란판 하나가 이처럼 살림 곳곳에서 제 몫을 해낸다. 비싼 정리용품이나 방음재를 사기 전, 집 안에 있는 계란판을 먼저 돌아보는 지혜가 알뜰한 살림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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