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높이려다 ‘이것’ 놓칠라… 2주 만에 드러난 비건·고지방식의 두 얼굴

미 국립보건원, 정반대 식단 2주씩 교차 섭취 실험

선천면역과 후천면역, 식단 따라 활성화 부위 달랐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식단이 면역 체계의 서로 다른 부분을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흔히 건강식으로 알려진 비건 식단과 특정 질환 관리 목적으로 쓰이는 키토제닉 식단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20명의 참가자에게 4주간 두 가지 식단을 각각 2주씩 체험하게 했다. 그 결과, 두 식단 모두 면역력 증진 효과를 보였지만, 그 방식은 전혀 달랐다.

이는 어떤 식단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 개인의 건강 목표에 따라 식단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방 10%와 76%, 영양 구성부터 달랐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두 식단은 영양 구성부터 극과 극의 차이를 보였다. 비건 식단은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하고 총 칼로리 중 탄수화물 75.2%, 지방 10.3%로 구성됐다.
한쪽에는 채소·콩·통곡물·과일 등 식물성 식품을, 다른 한쪽에는 달걀·아보카도·치즈·견과류 등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품을 각각 담아 두 식단의 차이가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한 모습.
▲ 한쪽에는 채소·콩·통곡물·과일 등 식물성 식품을, 다른 한쪽에는 달걀·아보카도·치즈·견과류 등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품을 각각 담아 두 식단의 차이가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한 모습.
반면 키토제닉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10%로 크게 줄이고 지방 섭취를 75.8%까지 늘린 ‘저탄고지’ 방식이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성격이 정반대인 식단을 2주씩 섭취한 뒤 참여자들의 혈액, 소변 등 생체 샘플을 분석해 변화를 추적했다.

비건 2주, 우리 몸 1차 방어선이 강해졌다

비건 식단을 2주간 유지했을 때, 참가자들의 선천성 면역 관련 반응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선천성 면역은 외부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작동하는 우리 몸의 1차 방어 체계다.

구체적으로 항바이러스 반응이 활성화됐고, 적혈구 대사도 촉진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식물성 식품에 풍부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체내 염증을 줄이는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로콜리와 토마토, 콩, 현미밥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으로 차린 한 끼 식사.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지방이 적은 비건 식단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 브로콜리와 토마토, 콩, 현미밥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으로 차린 한 끼 식사.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지방이 적은 비건 식단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평소 감기 같은 잔병치레가 잦다면, 비건 식단이 1차 방어선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키토제닉 2주, 후천 면역 세포가 활발해졌다

키토제닉 식단은 비건 식단과는 다른 방향으로 면역 체계를 강화했다. 2주간의 키토제닉 식단 후에는 후천 면역 관련 반응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이다.
접시 위에 아보카도와 달걀, 견과류, 치즈와 저탄수화물 채소를 함께 담은 모습.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 비중을 높인 키토제닉 식단의 구성을 보여준다.
▲ 접시 위에 아보카도와 달걀, 견과류, 치즈와 저탄수화물 채소를 함께 담은 모습.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 비중을 높인 키토제닉 식단의 구성을 보여준다.


후천 면역은 질병을 앓거나 백신을 맞은 뒤 생기는 2차 방어 체계다.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가 활성화되었고, 혈장 단백질 수치도 높아졌다.
연구실에서 혈액 샘플이 담긴 시험관을 살펴보는 연구자의 손과 분석 장비를 담은 장면. 서로 다른 식단을 섭취한 뒤 혈액 등 생체 샘플의 변화를 비교한 연구 과정을 표현한다.
▲ 연구실에서 혈액 샘플이 담긴 시험관을 살펴보는 연구자의 손과 분석 장비를 담은 장면. 서로 다른 식단을 섭취한 뒤 혈액 등 생체 샘플의 변화를 비교한 연구 과정을 표현한다.
연구팀은 키토제닉 식단이 장내 미생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후천 면역 반응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같은 사람이 섭취했음에도 식단에 따라 면역 체계가 다르게 반응한 셈이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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