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나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배경에는 한 주민의 특별한 선택이 있었다. 이 기묘한 행정의 시작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식 없는 주민이 땅을 물려주며 시작됐다
이 소나무의 이름은 석송령(石松靈). 천연기념물 제294호로 지정된 이 나무가 자신의 땅을 갖게 된 것은 한 주민의 유언 덕분이었다. 자식이 없던 이씨 성의 한 주민이 “석송령에 재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나무는 6,248㎡(약 1,890평)에 달하는 토지의 주인이 됐다.토지 등기를 마치자 법적인 납세 의무도 생겼다. 석송령은 매년 약 16만 원의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를 성실히 납부하는 어엿한 ‘세대주’가 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를 수호신처럼 여기며 매년 정월대보름에 동제를 지낸다.
500만원 하사금이 장학 사업의 씨앗이 됐다
석송령의 역할은 세금 납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나무는 지역 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문해 500만 원의 기금을 하사했는데, 이것이 장학 사업의 씨앗이 됐다.마을에서는 이 기금을 바탕으로 ‘석송령 장학회’를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 학기 등록금이 될 수 있는 돈이 나무의 이름으로 전달되는 셈이다.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이자 미래를 위한 경제적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 위치한 석송령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600년 세월을 견디며 한 마을의 정신적 지주를 넘어, 법적·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존재의 무게는 남다르다. 살아있는 역사가 된 나무는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