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이다. 헤이리는 겨울의 차분함 속에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가 숨 쉬는 공간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건축 전시장인 이곳에서는 최근 ‘북카페 헤이리포레스타’를 비롯한 복합 문화 공간들이 방문객들의 사색을 돕고 있다. 독립 서점과 공방에서는 연휴 뒤 가족과 함께 나만의 공예품을 만들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겨울 마을의 전경을 감상하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독서에 몰입해 보는 경험을 추천한다.
동시에 《번지고 남아있는: 장욱진 먹그림》 전시가 오는 4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유화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민화, 불교, 일상을 소재로 서양과 동양을 넘나들었던 화백의 독창적인 먹그림 40여 점을 조명한다. 2월 중 전문 도슨트 해설도 운영되어, 아이들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거장들의 숨결과 현대적 변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압도적 전시
과천으로 이동하면 관악산 기슭의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이 기다리고 있다. 과천관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묵직한 전시 라인업을 자랑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신상호: 무한변주》다. 흙을 매개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원로 도예가 신상호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전통 도자가 어떻게 현대미술로 변주되는지 그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는 2월의 미술관 방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와 현대미술의 상징적인 도상들이 어우러져 시각적 황홀경을 선사한다. 여기에 한국 미술의 뼈대를 이루는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 & II》가 나란히 운영되고 있다. 구한말부터 근대, 그리고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의 흐름을 관통하는 이 전시는 한국적 정체성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교과서와 같은 전시다. 아이들과 함께 코끼리 열차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미술관에 도착하는 과정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기분 좋은 서막이 된다.
마지막 종착지는 흙과 불의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이천 예스파크(도자예술마을)다. 올해는 이천도자기축제가 제40회를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다. 비록 메인 축제는 4월 말부터 시작되지만, 2월의 예스파크는 축제를 준비하는 거장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마을 내 여러 갤러리에서는 대한민국 명장들과 이천시 명장들의 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상설 전시가 활발히 열리고 있다.
최근 예스파크는 방문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회랑마을부터 사부작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정비하고, 곳곳에 감각적인 포토존을 확충했다. 도자 체험 공방에서는 직접 물레를 돌리며 부드러운 흙의 감촉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는 명절 증후군을 잊게 하는 최고의 ‘디지털 디톡스’가 된다. 작가들의 정성이 담긴 수제 도자기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2026년의 새로운 시작을 예술적 감성으로 갈무리해 보길 권한다.
김은정 기자 kej@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