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기아 로고가 선명하지만, 정작 국내 대리점에서는 계약조차 할 수 없는 차들이 있다. 기아 텔루라이드와 현대 싼타크루즈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는 익숙한 K4나 크레타 같은 모델도 국내 소비자에게는 낯설다.
같은 브랜드라도 나라별 소비자 성향과 시장 구성이 달라 판매 차종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국내 라인업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갖춘 모델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용 SUV부터 도심형 해치백까지 라인업은 다양하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3열 대형 SUV로, 최대 8명까지 탈 수 있다. 신형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추가됐다. 가족 구성원이 많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이동하는 일이 잦다면, 국내에서도 팰리세이드와 직접 비교해보고 싶을 만한 구성이다.
현대 싼타크루즈는 성격이 또 다르다. SUV의 안락한 주행감과 픽업트럭의 실용성을 결합한 모델이다. 캠핑이나 야외 활동에서 흙 묻은 장비를 실내와 분리해 싣고 싶은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이다. 거대한 작업용 픽업이 아닌, 출퇴근과 레저를 겸하는 차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 외에도 선택지는 풍부하다. 기아 K4는 넓은 뒷좌석 공간을 강조하는 준중형 세단이며, 현대 크레타(차체 길이 약 4.3m)와 기아 쏘넷은 작은 차체에도 통풍 시트, 360도 카메라 등 알찬 편의장비를 갖춘 소형 SUV다. 현대 i20 같은 소형 해치백은 도심에서 다루기 쉬운 차를 찾는 운전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 성공이 국내 출시를 보장하지 않는 이유
이처럼 매력적인 차들을 국내에 바로 들여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에 판매하는 모델과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다.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출시된다면 같은 체급의 팰리세이드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격 책정과 수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할 경우 물류비와 관세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싼타크루즈 같은 픽업트럭 시장이 국내에서 충분한 규모를 갖췄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결국 각 차종이 처한 시장 조건이 모두 다르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순히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출시를 결정하기는 힘든 구조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 모델의 판매량을 지키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복잡한 계산이 따른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의 해외 판매 라인업은 국내 소비자들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자동차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