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그랜저 사지’ 1억 벤츠, 2년 만에 5천만원대 ‘뚝’

억대 프리미엄 전기 세단, 중고차 시장서 굴욕 맛본 진짜 이유

배터리 제조사 논란까지… 벤츠 이름값도 소용 없었다



‘억대 프리미엄 전기 세단’이라는 말에는 자산 가치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 전기 세단 EQE 350+는 이 통념을 깨뜨리고 있다.

신차 출고가 1억 원을 훌쩍 넘던 이 모델이 불과 1~2년 만에 국산 준대형 세단 가격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여기에는 단순히 빠른 전기차 감가율 이상의 배경이 있다. 특정 부품을 둘러싼 논란이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1억 벤츠가 그랜저 값 된 실제 수치



2023년식 벤츠 EQE 350+의 신차 가격은 1억 380만 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주요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무사고 매물은 5,400만 원에서 5,900만 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됐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감가율이 48%에 육박한 셈이다.

이는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캘리그래피 풀옵션 모델이나 제네시스 G80 기본형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랜저 값에 벤츠를 산다’는 말이 중고차 시장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벤츠 이름값도 막지 못한 추락의 배경





유독 EQE의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는 데에는 탑재된 배터리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파라시스(Farasis)의 88.8kWh NCM 배터리가 장착됐는데, 이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중고차 구매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중고차 판매자들은 “중국산 배터리가 아니다”라는 점을 홍보 문구로 내세울 정도다. 이는 배터리 제조사 하나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물론 전기차 시장 전반의 수요 둔화,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 신모델 출시에 따른 상품성 저하 등 복합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벤츠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절반에 가까운 감가를 막지 못했다는 점은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S클래스나 E클래스 같은 내연기관 모델들이 보여준 견고한 중고가 방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름만 믿고 억대 전기차를 구매한 소유주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자산 가치 하락을 마주하게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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