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다: ‘하이브리드’라는 신의 한 수
매달 2만 5,000명의 아빠들이 이 차들을 계약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속도라면 지난해 세운 연간 최다 판매 기록(27만 5,000대)을 가뿐히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연 30만 대 판매라는 새로운 역사 탄생도 멀지 않았다. 이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캠핑, 차박, 장거리 여행 같은 레저 활동이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자연스레 넓은 공간과 뛰어난 활용성을 갖춘 레저용 차량(RV)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RV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로 또 같이, 왕좌를 향한 4형제의 질주
뭉쳐서도 강하지만, 각자의 개성도 뚜렷하다. 4형제는 각자의 영역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의 선두에 선 것은 ‘만능 SUV’ 기아 쏘렌토다. 9월까지 7만 3,691대가 팔리며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도심 주행과 아웃도어 활동 어디에도 어울리는 균형감이 인기 비결이다.
그 뒤는 ‘대체 불가능한 아빠차’ 기아 카니발이 6만 2,469대로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넓은 실내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은 다른 차가 흉내 낼 수 없는 카니발만의 독보적인 영역이다. 대형 SUV 시장에서는 현대차 형제들의 자존심을 건 집안싸움이 뜨겁다. 웅장한 매력의 팰리세이드(4만 6,338대)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돌아온 싼타페(4만 5,570대)가 매달 엎치락뒤치락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전략의 승리, 왕국은 계속된다
현대차그룹의 RV 성공 신화는 완벽한 전략의 승리다.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개성 넘치는 4개의 독보적인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리고 시대가 원하는 ‘하이브리드’와 ‘첨단 안전 사양’이라는 핵심 코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적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독주를 막아설 뚜렷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지금, 대한민국 패밀리카 시장의 현대차·기아 왕국은 한동안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