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주차 자리 좀 나나?”… 대한민국 자동차, 사상 첫 감소세 보인 진짜 이유

신차는 줄고 수출·폐차는 늘어… 10년 만에 깨진 ‘증가 공식’의 이면

쏘렌토 / 사진=기아
▲ 쏘렌토 / 사진=기아
대한민국 자동차 등록 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월간 기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8월 국내 운행 차량은 2,668만 7,284대로, 7월보다 5,491대 줄어든 수치다.

단순히 한 달 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결과가 아니다. 신차 공급 감소와 활발한 중고차 수출, 그리고 노후차 폐차라는 세 가지 흐름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0년 넘게 우상향 곡선만 그리던 시장에 나타난 이 미세한 균열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카니발 / 기아
▲ 카니발 / 기아

10년간 이어진 증가세, 왜 멈췄나

물론 아직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운행 차량은 여전히 25만 대 이상 많다.

하지만 연간 순증가 규모는 2015년 87만 대에서 2025년 21만여 대로 10년 만에 약 75% 급감했다. 꾸준히 둔화하던 증가세가 결국 월간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디 올 뉴 아반떼 / 사진=아반떼
▲ 디 올 뉴 아반떼 / 사진=아반떼
특히 8월에는 현대차의 생산 차질 여파로 국산 신차 등록이 전년 동월 대비 20%나 급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새 차가 채워지는 속도보다 기존 차가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국산차 빈자리 파고든 수입 전기차의 질주

국산차의 부진 속에서 수입차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수입차 등록 대수는 오히려 9.2% 증가하며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모델Y / 사진=테슬라
▲ 모델Y / 사진=테슬라
그 중심에는 전기차가 있었다. 테슬라는 8월 한 달간 1만 400대를 팔아치우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BYD 역시 3,000대 넘게 팔리며 힘을 보탰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50.9%를 넘어섰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는 사람’보다 ‘바꾸는 사람’이 중요해졌다

이번 감소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양적 팽창 시대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인구 2명당 자동차 1대에 가까워지면서 신규 수요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온 것이다.

이제 시장의 핵심은 기존 차량을 바꾸는 ‘교체 수요’로 넘어왔다. 노후 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면 전체 운행 대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대차 ‘펠리세이드’
▲ 현대차 ‘펠리세이드’
여기에 중앙아시아 등으로 향하는 중고차 수출 물량은 국내 등록 대수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킨다. 내 차를 팔고 새 차를 사는 익숙한 소비 패턴이 이제는 시장 전체의 통계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사상 첫 월간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신차 판매량과 전체 운행 차량 대수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2,670만 대 시대에 접어든 한국 자동차 시장은 이제 ‘얼마나 더 늘어나는가’가 아닌 ‘무엇으로 바뀌는가’의 단계에 진입했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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