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뼈대와 V6 심장, 숫자가 말해주는 가치
모하비의 핵심은 뼈대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도심형 SUV가 승용차처럼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모하비는 강철 프레임 위에 차체를 올린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고수했다. 이 정통 오프로더 방식은 험로 주행 시 차체의 뒤틀림을 억제하고, 막강한 내구성과 견인력을 자랑한다. 캠핑 트레일러를 끌거나 험지로 떠나는 운전자들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보험은 없었다.
그 중심에는 최고 출력 257마력, 최대 토크 57.1kg·m의 힘을 뿜어내는 3.0리터 V6 디젤 엔진이 있었다. 전장 4,930mm, 전폭 1,920mm의 거구를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이 심장은 모하비의 상징 그 자체였다. 물론 대가는 있었다. 9km/L대의 아쉬운 연비와 단단한 승차감은 분명한 단점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인정했다. 5천만 원을 훌쩍 넘는 신차 가격에도 불구하고, 2~3년 된 모델이 여전히 3천만 원 중후반에서 4천만 원대에 거래되는 놀라운 가격 방어율을 보여준다. 이는 ‘감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며, 이제는 단종으로 인해 희소성까지 더해졌다.
팰리세이드는 줄 수 없는 단 하나의 매력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모하비에 열광할까? 정답은 ‘대체 불가능성’에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와 같은 세련된 도심형 SUV가 제공하는 안락함과 첨단 편의 기능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모하비는 그 반대편에서 완전히 다른 가치를 제공했다.
포장도로보다 비포장도로에서 더 큰 안정감을 주고, 어떤 길이든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은 기계적 신뢰감, 그리고 도로 위 모든 차를 압도하는 묵직한 존재감. 이것이 바로 모하비 마니아들이 기꺼이 연비와 승차감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다. 넉넉한 7인승 공간은 패밀리카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냈다.
전설의 시작, 모하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전동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V6 디젤 프레임바디 SUV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될 운명이다. 모하비의 단종은 단순한 모델의 퇴장을 넘어, 내연기관 시대 ‘진짜 SUV’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제 신차로는 만날 수 없기에, 잘 관리된 모하비 중고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독보적인 가치를 뽐낼 것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로망으로 기억될 이 강인한 SUV. 그 전설은 중고차 시장에서 이제 막 시작됐다.
동치승 기자 don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