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행동이 오히려 복숭아의 단맛과 향을 봉인하는 결과를 낳는다. 복숭아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은 ‘후숙’과 ‘온도’에 숨어있다. 무심코 행한 보관 습관이 과일의 맛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냉장고가 단맛을 막는 이유
차가운 환경이 무조건 신선도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복숭아는 수확 후에도 스스로 익어가는 ‘후숙 과일’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분비되며 당도와 향이 점차 올라간다.덜 익은 복숭아를 너무 빨리 냉장고에 넣으면 이 후숙 과정이 멈춰버린다. 단맛이 충분히 생기기 전에 차갑게 굳어버리는 셈이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과육이 푸석하고 향이 약한 복숭아는 대부분 이런 경우에 속한다.
냉장고는 복숭아를 익히는 공간이 아니라, 잘 익은 상태를 잠시 유지해주는 곳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트에서 사 온 복숭아가 단단하고 향이 없다면 아직 냉장고에 들어갈 때가 아니다.
신문지 한 장이 마법을 부린다
딱딱한 복숭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신문지나 종이봉투로 복숭아를 하나씩 감싸 직사광선이 없는 서늘한 실온에 두는 것이다. 비닐봉지는 내부 습기가 차 쉽게 무를 수 있어 피해야 한다.종이는 복숭아가 내뿜는 에틸렌 가스를 적당히 머금어 숙성을 돕는다. 동시에 과일 표면의 습기를 흡수해 무르는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2~3일 정도 두면 밍밍했던 복숭아에서 놀랍도록 깊은 향과 단맛이 올라온다.
만약 후숙 속도를 더 높이고 싶다면, 에틸렌을 많이 내뿜는 사과나 바나나를 곁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숙성이 급격히 진행될 수 있으니 하루에 한 번씩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가장 맛있을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후숙이 완료된 신호는 꼭지 주변에서 나타난다. 꼭지 주변을 손끝으로 가볍게 눌렀을 때 살짝 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달콤한 향이 진하게 올라오면 가장 맛있는 상태다. 이 순간을 놓치고 계속 실온에 두면 과육이 급격히 물러진다.이때가 바로 냉장 보관으로 전환할 타이밍이다. 복숭아를 씻지 않은 상태로 키친타월이나 신문지에 감싸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냉장고 채소칸에 넣는다. 이렇게 보관하면 3~5일 정도 최적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냉장 보관한 복숭아를 꺼내 바로 먹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먹기 20~30분 전에 미리 꺼내 실온에 두면 차갑게 억눌렸던 향과 단맛이 한층 더 풍부하게 살아난다. 작은 차이가 복숭아 맛의 질을 결정한다.
장해영 기자 jang99@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