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쑤신다’ 했더니 혈압부터 보라네요… 60대 관절 녹이는 ‘의외의 범인’

고혈압과 관절염, 단순히 나이 탓 아니었다

뇌에서 출발한 신호가 노화된 연골을 직접 공격하는 과정,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나이가 들면 혈압이 오르고 무릎이 쑤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혈압은 혈관 문제, 무릎은 관절 문제로 여기며 따로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질환 사이에 숨겨진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혈압을 측정하는 중장년층의 팔과 무릎을 함께 담은 장면. 고혈압과 무릎 관절염이 각각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혈압을 측정하는 중장년층의 팔과 무릎을 함께 담은 장면. 고혈압과 무릎 관절염이 각각 다른 질환처럼 보이지만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혈압 상태에서 특정 호르몬이 증가해 노화된 연골의 손상을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압과 무릎 통증을 각각의 노화 현상으로만 볼 수 없는 새로운 단서가 나타났다.

고혈압과 관절염, 함께 오는 이유 따로 있었다

고혈압과 골관절염은 대표적인 노년기 만성질환이다. 그간 두 질환이 동반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인제대학교와 전남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이 연관성을 파고들었다.
혈압 측정기와 인체 혈관을 연상시키는 의료 환경을 중심으로 구성한 장면. 고혈압 상태에서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증가하고, 이 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관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표현한다.
▲ 혈압 측정기와 인체 혈관을 연상시키는 의료 환경을 중심으로 구성한 장면. 고혈압 상태에서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증가하고, 이 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관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표현한다.
연구팀은 자료 분석과 쥐 실험을 통해 고혈압 상태에서 골관절염 진행이 가속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결고리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 ‘바소프레신(AVP)’이었다. 바소프레신은 본래 체내 수분과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혈압 상태에선 혈중 농도가 덩달아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관절까지 이동해 연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뇌에서 보낸 호르몬이 노화된 연골만 골라 공격했다

모든 연골이 똑같이 반응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노화되거나 이미 손상된 연골에서 바소프레신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AVPR1A)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젊고 건강한 연골보다 늙고 약해진 연골이 이 신호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장년층의 무릎 부위를 중심으로 관절 통증을 느끼는 모습을 담은 실사 사진. 노화되거나 손상된 연골에서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증가해 연골 손상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 중장년층의 무릎 부위를 중심으로 관절 통증을 느끼는 모습을 담은 실사 사진. 노화되거나 손상된 연골에서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증가해 연골 손상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결국 ‘고혈압으로 인한 바소프레신 증가’와 ‘노화된 연골의 수용체 증가’라는 두 조건이 만나자 연골을 분해하는 효소 생성이 활발해졌다. 연골 손상이 빨라지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유전자 조작이나 약물로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차단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자 쥐의 연골 손상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뇌에서 출발한 호르몬 신호가 관절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실에서 관절 조직이나 실험 자료를 관찰하는 연구자의 손과 실험 장비를 담은 장면.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차단했을 때 연골 손상이 감소한 동물실험 결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 연구실에서 관절 조직이나 실험 자료를 관찰하는 연구자의 손과 실험 장비를 담은 장면.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차단했을 때 연골 손상이 감소한 동물실험 결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연구는 골관절염을 단순히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물리적 질환으로만 보던 시각을 바꿨다. 혈압과 호르몬이라는 전신적 상태가 국소 부위인 관절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 것이다. 다만, 이번 결과는 동물 실험을 기반으로 해 실제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우성연 기자 sywoo@news-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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