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전 싸움터가 지금은 꽃밭이 됐다”…가을이면 더 아름다운 제주 6km 성곽

13세기 삼별초 항쟁 유적 위에 펼쳐진 가을꽃의 향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입장료·주차비까지 모두 무료… 제주올레 16코스와 연계해 가을 여행 코스로 주목받는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 토성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 항파두리 항몽 유적 토성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제주 애월에 가을이 오면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이곳에 수만 평의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만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꽃구경 명소로만 알고 찾지만, 이곳의 진짜 가치는 6km에 달하는 성곽과 그 안에 숨겨진 역사에 있다. 13세기 고려의 치열했던 항쟁이 서린 공간이다.

이 때문에 가을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동선을 짤 때 이곳을 먼저 고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료 관람이라는 장점 이상의 가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 해바라기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 항파두리 항몽 유적 해바라기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꽃만 보고 가면 절반의 감동만 얻는 이유

가을철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는 붉은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 유채꽃밭 1만 2000㎡, 청보리밭 1만 3000㎡ 등 계절마다 대규모 꽃밭이 조성돼 방문객을 맞는다.

하지만 이 화려한 풍경은 유적의 본질이 아니다. 이곳은 1271년부터 2년간 고려 삼별초가 몽골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인 역사적 현장이다. 1997년 사적 제396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당시 삼별초를 이끈 김통정 장군의 발자국 설화가 깃든 ‘장수물’ 샘터도 남아있다. 현재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험난했던 항쟁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 안오름 풍경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 항파두리 항몽 유적 안오름 풍경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6km 성벽에 숨겨진 고려의 방어 전략

유적의 핵심은 구릉지 지형을 따라 축조된 성곽이다. 총둘레 6km, 외성만 3.8k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는 당시 방어 체계의 견고함을 보여준다.

진흙과 자갈을 섞어 층층이 다져 쌓는 판축 기법으로 세운 토성은 현재 일부 원형이 보존돼 있다. 내성과 외성, 보조성까지 갖춘 입체적 구조는 당시의 치밀한 전략을 짐작하게 한다.

경내 전시관에서는 대몽항쟁의 전개 과정을 다룬 기록물과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 출토된 기와, 자기 등 유물은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 항파두리 항몽 유적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주차비까지 무료, 올레길 연계는 덤

이곳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관람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라는 점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 마감 5시 30분) 연중무휴로 운영돼 여행 일정에 부담 없이 추가할 수 있다.

성곽 둘레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거나, 제주올레 16코스와 동선을 이어 본격적인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인근 새별오름과 함께 묶어 가을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는 코스로도 알려졌다.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유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문화관광해설 서비스를 사전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 코스모스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 항파두리 항몽 유적 코스모스 / 사진=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박서우 기자 swoo@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