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자존심을 던지다, 1,300만 원의 의미
이번 할인은 단순한 판촉이 아니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 G90의 가격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제네시스는 4월 이전에 생산된 재고라는 ‘주홍글씨’를 단 G90에 400만 원의 낙인을 찍고, 여기에 트레이드인, 재구매 등 각종 조건을 더해 최대 1,300만 원의 가격을 깎아내렸다.
그 결과, 9,500만 원대에서 시작하던 G90의 실구매가는 8,000만 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국산차의 자존심이자 최고급 세단이 스스로 몸값을 낮춰, 한 체급 아래의 경쟁자들과 진흙탕 싸움을 시작한 셈이다.
E클래스 대기자의 ‘멘붕’, GV80 계약자의 ‘한숨’
이 소식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수입차 구매 대기자들이다. 어젯밤까지 9천만 원대 E클래스 출고를 기다리며 설레던 A씨는, 오늘 아침 G90이 8,200만 원대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패닉에 빠졌다. 한 체급 위, V6 터보 엔진을 얹은 국산 최고급 세단이 내 차보다 싸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파격, 독인가 약인가?
제네시스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재고 소진과 판매량 증대라는 달콤한 ‘약’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브랜드 가치 하락이라는 쓰디쓴 ‘독’이 숨어있다. 오늘의 파격 할인이 내일 G90의 중고차 값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석호 기자 shlee@news-wa.com
